“유언장 썼다며? 그거 진짜 아버지가 쓰신 거 맞아?”
아버지 장례식이 끝나고, 형제들 사이에 처음으로 오간 말입니다.
그 순간 저는, 유언장이 ‘있는 것’만으로는
절대 다툼을 막을 수 없다는 걸 처음 깨달았어요.
✅ 우리 가족 이야기, 유언장이 오히려 갈등의 씨앗이 됐습니다
아버지는 평소에도 정리를 잘 하시던 분이었습니다.
돌아가시기 1년 전,
본인의 유언장을 손수 자필로 쓰셨고
저에게 “이건 내가 직접 쓴 거다. 잘 보관해라.” 하시며
갈색 서류봉투 하나를 건네주셨어요.
그땐 ‘이걸 왜 미리 주시지?’ 싶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버지 나름대로 걱정이 많으셨던 거죠.
문제는 그 유언장을 ‘제가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였어요.
장례를 마치고 유산 분배 얘기가 나왔을 때,
형제가 모인 자리에서 제가 유언장을 꺼내 보여줬습니다.
그러자 첫째 형이 이렇게 말했죠.
“그거 네가 마음대로 쓴 거 아니야?”
그 순간부터 신뢰는 깨졌고, 분위기는 얼어붙었습니다.
심지어 법원에 유언 검인 신청을 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우리는 몰랐습니다.
✅ 유언장이 있어도 ‘보관 방식’이 잘못되면 분쟁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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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알게 됐어요.
자필 유언장은 반드시 ‘법적 요건’을 갖춰야 하고,
사망 후 ‘검인’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걸요.
그런데 더 놀라웠던 건,
2021년부터 ‘자필 유언장 보관소’라는 제도가 생겼다는 사실이었죠.
그걸 미리 알았더라면,
아버지 유언장을 가족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공적인 방식으로 보관할 수 있었을 겁니다.
✅ 자필 유언장 보관소, 어떤 제도일까요?
자필 유언장 보관소는 법원이 개인이 작성한 자필 유언장을 직접 보관해주는 제도입니다.
2021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유언장을 집에 두거나 가족에게 맡겼을 때 생길 수 있는 위조, 훼손, 분실, 분쟁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어요. 실제로 자필 유언장은 법적 요건을 갖추면 효력이 있지만, 누군가가 몰래 버리거나 내용을 고쳤다고 주장하면 그 진정성을 입증하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유언장 내용 예시, 이렇게 쓰면 안전할까? 직접 작성 전 꼭 보세요
그래서 국가가 직접 개입해 ‘이건 유언자가 생전에 확실히 작성하고 봉인한 유언장입니다’라는 공적 증거를 확보해주는 방식이 바로 이 보관제도인 거죠. 신청은 유언자 본인만 가능하고, 반드시 직접 법원에 출석해야 합니다. 대리 신청은 허용되지 않으며, 유언장 원본과 신분증, 인지대 1만 원을 준비해야 합니다. 신청은 거주지 관할 가정법원이나 법원지원에서 할 수 있고, 전화나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하면 민원실에서 담당 직원과 함께 봉인 절차를 진행하게 됩니다. 이때 법원은 유언장 내용을 읽지 않고, 그대로 봉인해 서고에 안전하게 보관합니다.
보관이 완료되면 ‘자필유언장 보관증’을 교부받게 되는데, 유언자가 사망하면 상속인 등 이해관계인이 해당 법원에 열람 및 사본 교부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별도의 검인 절차 없이 보관증만으로 유언장의 존재와 작성 시점, 보관 경로를 증명할 수 있기 때문에 분쟁 소지가 크게 줄고, 상속 절차도 훨씬 간단하게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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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장의 법적 요건도 중요합니다. 반드시 본인이 직접 손으로 전체 내용을 써야 하고, 작성일, 성명, 서명 또는 날인이 모두 포함되어야 하며, 수정 흔적이나 일부 타이핑이 있을 경우 무효 처리될 수 있습니다. 즉, 작성도 정확히 해야 하고, 보관도 확실히 해야 진짜 ‘법적 유언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겁니다.
비용도 부담되지 않습니다. 인지대 1만 원만 내면 별도 수수료 없이 평생 보관이 가능하며, 사망 후에도 공적인 자료로 활용됩니다. 제 경험상, 유언장을 가족에게 맡겨두는 건 나중에 오해와 불신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필유언장 보관소를 이용하면 가족 중 누구도 유언장을 감추거나 고쳤다고 의심할 수 없는 구조가 되기 때문에, 진정으로 유언자의 뜻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한마디로, 유언을 쓰는 것만큼이나 ‘어디에 어떻게 보관할 것인가’도 매우 중요합니다.
자필 유언장을 작성했다면, 그냥 서랍에 넣어두지 말고, 국가가 준비해둔 안전한 보관소에 꼭 맡기세요.
그것이 남겨진 가족에게 남기는 마지막 배려이자, 유언자의 뜻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정리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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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법원에 유언장을 제출하면, ‘봉인’ 상태로 안전하게 보관
- 유언자가 사망하면 직계가족이 법원에 확인 요청 가능
- 검인 절차 없이 곧바로 효력 검토 가능
- 유언자가 생전에 직접 출석해야 함 (대리 불가)
✅ 왜 이 제도를 추천하냐면요...
제가 겪은 것처럼,
유언장을 ‘가족 중 한 명’이 보관하게 되면
다른 가족 입장에서는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깁니다.
심지어 유언장이 조작됐다고 주장하거나,
쓴 시점이 잘못됐다고 따지는 경우도 많고요.
이런 말도 안 되는 분쟁을 막기 위해선 ‘공적인 보관 방식’이 필요합니다.
자필 유언장 보관소는
- 유언장이 진짜인지
- 사망 이후 어디 있는지
- 누가 꺼내서 조작했는지
이런 의심 자체를 원천 차단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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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아버지 일을 겪고 나서, 어머니 유언장은 직접 법원 보관소에 모시고 가서 맡겼습니다.
그 후로는 우리 형제들 사이에 다시 유언 얘기가 나와도 아무도 의심하지 않더라고요.
✅ 마무리하며 – 유언장은 ‘내용’보다 ‘보관’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유언장을 쓰는 건 한 사람의 마지막 의지입니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 보관하느냐에 따라, 가족의 평화가 지켜지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하더군요.
‘유언장을 썼다’에서 끝내지 마세요.
국가가 마련해둔 ‘자필 유언장 보관소’를 꼭 활용하세요.
그게 진짜로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배려이자,
남은 이들을 위한 마지막 정리가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