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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유품정리사 도전기, 학원 다녀보니 현실은 이렇더군요

“이 나이에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퇴직하고 나면 누구나 한 번쯤 드는 생각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정년퇴직이라는 말을 들었을 땐,
한편으로는 속이 시원했지만… 며칠 지나고 나니
왠지 세상에서 밀려난 느낌이 들더군요.

퇴직 후 유품정리사 도전기

아무것도 안 하고 있기엔 아직 젊고,
그렇다고 새로운 직장을 구하자니 나이 앞에서 매번 고개 숙여야 하고요.
그런 와중에 우연히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을 알게 됐습니다.

뜻밖의 계기, 유품정리사를 알게 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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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고독사 이야기를 다룬 다큐를 보던 중이었습니다.
혼자 세상을 떠난 분의 집을 정리해주는 사람들이 등장하더군요.
그걸 보고 나서 며칠 동안 마음이 이상했어요.
‘저런 일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나처럼 공감 잘하는 사람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을 검색해보게 됐고,
처음엔 ‘나 같은 나이에 되긴 하려나?’ 싶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끌렸습니다.

 

학원을 다니기로 결심하기까지

처음엔 자격증이 꼭 필요한지도 몰랐고, 어디서 배워야 할지도 몰랐어요.
하지만 알아보니 ‘유품정리사’는 민간자격 과정으로
학원에서 실무 중심으로 교육받고 바로 현장에 나갈 수 있는 구조더라고요.
무엇보다 저 같은 50~60대 수강생이 많다길래 용기를 냈습니다.

제가 선택한 곳은 서울의 한 유품정리사 학원이었고,
주 2회씩 3주 과정으로, 수강료는 약 50만 원 정도였어요.

 

첫 수업날, 생각보다 진지하고 따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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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좀 긴장됐어요.
청소 기술 배우는 곳이려니… 하고 갔는데,
첫 수업부터 강사님이 하신 말씀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우리는 정리를 하는 게 아니라, 마지막을 정돈해주는 사람입니다.”

그 말 듣는 순간,
이 직업을 대하는 자세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수업은 이론보다 ‘현장 감각’ 중심이었습니다

학원 수업은 예상보다 훨씬 더 현장 중심적이었습니다.

단순히 교재로 배우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직접 해보는 것’이 중심이었죠.

 

첫 주에는 기본적인 이론 수업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유품정리사가 해야 할 일의 범위, 법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부분들, 폐기물 처리 기준 같은 내용이었어요. 그런데 이걸 배우는 이유는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현장에서 이런 상황이 올 수 있으니 알아두라’는 맥락이 분명히 있었어요.

 

둘째 주부터는 본격적인 실습이 시작됐습니다.
우리는 실제 유품정리 현장에서 사용하는 장갑, 마스크, 방호복, 집게, 분류 박스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모의 정리 실습을 했습니다. 버릴 물건, 유족에게 돌려줄 물건, 기록이 필요한 물건들을 나눠가며 직접 정리하고, 작업 동선까지 체크해야 했죠.

특히 기억에 남는 건 ‘편지’와 ‘사진’을 발견했을 때였습니다. 그냥 버릴 수도 있었지만, 강사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이건 이 집에 있던 사람의 흔적입니다. 반드시 가족에게 돌려줘야 해요.”

그 순간 깨달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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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은 단순한 폐기 처리가 아니라 **‘사람의 삶을 존중하는 일’**이라는 걸요.

또 하나 놀랐던 건 냄새공간의 분위기에 대한 훈련이 있었던 점입니다. 실제 유품정리 현장은 생각보다 감정적으로 무거운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장에 들어가기 전,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지, 어떻게 유족과 대화해야 하는지도 연습했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나면 몸은 피곤하지만, 묘하게 마음은 정리되는 기분

  • 유품 분류 방법
  • 폐기 vs 보관 판단 기준
  • 유족이 원하는 말, 피해야 할 말
  • 감염 예방, 방호복 착용법
  • 실제 정리 작업 도구 사용법

이론 수업도 있었지만,
실습이 거의 50% 이상이었어요.
특히 유품 분류 모의 작업은 진짜 감정이 올라와서 울컥했던 기억이 납니다.
남이 보기엔 ‘그냥 버릴 물건’이지만,
그 집 사람에게는 기억 한 조각이라는 걸 몸으로 느끼게 되더군요.

 

동기들도 대부분 ‘두 번째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30대 후반부터 60대 중반까지 다양했지만,
의외로 정년퇴직 후 제2의 직업을 찾는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어떤 분은 정리정돈에 소질 있어 창업까지 고려 중이고,
또 어떤 분은 단순히 돈보다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저도 그랬고요.

 

수료 후, 저는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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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에서 실제 유품정리 업체 2곳을 소개해주더라고요.
강사님께서 직접 연결해주시면서
“처음엔 반나절씩만 해보세요.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 수 있어요”라고 조언해주셨고,
그래서 일주일에 1~2번 아르바이트 형태로 나가기 시작했어요.

솔직히 힘들어요. 냄새도, 정서적으로도.
하지만 끝나고 나면 이상하게 마음이 고요해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한 분의 마지막 공간을 깨끗하게 정리했다는 자부심이랄까요.

 

이 직업을 고민하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

  • 몸 쓰는 게 조금 힘들어도, 감정이 메마르지 않은 분들이라면 정말 잘 맞습니다.
  • 기술보다 공감력이 더 중요한 직업이에요.
  • 학원은 실습 위주인지 꼭 확인하고 고르세요. 그냥 자격증만 주는 곳은 피하시고요.
  • 일단 시작해보세요. 고민은 행동을 못 이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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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정리사 월급 비교, 경력별·업체별 수입차이 깜짝 놀랐어요

 

마무리하며

이 나이에 시작해도 괜찮냐고요?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지금 하고 있다”는 만족감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일이
내 삶의 두 번째 챕터가 될 줄 몰랐지만,
돌아보면 이 선택, 꽤 괜찮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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